2, 3주 전에 관할 주민센터를 통해 어떤 이용자분이 제가 일하고 있는 사업(푸드뱅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절차를 거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 시청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신문고를 통해 이 이용자분이 민원을 넣었다".
그 내용을 보니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친절한 척 인사했다"는 걸로 불평을 호소한 건도 있었고 심지어는 이용신청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상담 중 내 가슴을 본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내용도 있었습니다(해당 담당자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시고 본인이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동안 대화매너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한번도 없었고, 가정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다. 푸드뱅크에서 일하신 지 3년이 넘는 기간이 있지만 법인 내에서 같이 일하는 여성 복지사분들에게도 시선으로 인한 그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도리어 복지사분들이 해당 담당자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청과 관할 주민센터 담당 주무관에게 물어본 결과 이 이용자가 예전부터 이런 류의 민원을 많이 넣은 이력이 있었다고 하면서 주민센터의 주무관들도 민원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고 그 민원의 내용이 "친절한 척 인사했다"는 내용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 이용자에 대해서 "최소한의 대응"만 하였습니다. 서명받는 란에 서명받고, 기부식품을 나눠주고, 다음에 또 오시라고 인사드리고 끝났습니다. 신기한건 그 때에 이용자분은 아무런 불만의 말씀도 없이 기부식품을 받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시청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또 민원이 들어왔다고 말이죠. 이번에는 서명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자기 이름 말고 다른 두 명의 이름이 양식에 있었다(당일에 기부식품을 나눠줄 명단이 양식에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친절한 척 인사했다"는 불만을 또 제기했습니다.
저는 처음 민원이 들어올 때에 이 건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민센터와 시청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드려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담당 주무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분명 이런 민원이 매번 들어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죠. 담당 주무관은 "이 민원이 어떤 성격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민원으로 인해 푸드뱅크에 불이익이 갈 일은 없다"고 했는데 오늘 또다시 민원이 제기되었고 담당 주무관은 저에게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만 알려줄 뿐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지에 대한 플랜 제시가 없이 "인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라는 상투적인 답변만 들어왔습니다.
인간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이용자가 불편하거나 불만인 사항을 담당자인 저에게 이야기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용신청 당시에 담당자가 자기 가슴을 봤다느니 친절한 척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인간적으로 해결하는게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들이 이용자 앞에서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이용자를 보지 않고 기부식품을 배분한다 할지라도 이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사람으로 판단이 되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한 경력이 길다고 하진 않겠지만 대학교 졸업 후에는 사회복지사 하나만 보고 일을 해왔습니다. 이 푸드뱅크 업무는 벌써 5년째 종사하고 있고요. 차라리 제가 업무를 잘못해서 들어온 민원이라면 제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음에도 억울하게 민원을 당하고, 이것에 대해 푸드뱅크를 관리감독하는 시청에서는 "우리도 당한다,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정말이지 이용자 한 사람을 잘못 만나서 안좋은 생각들을 매일마다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혹시 저와 같은 일을 겪으실 때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대응방법이 있기는 한건지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앞으로 사회복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와 같은 억울함을 겪을까봐 저는 사회복지를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