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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쩌면 남겨진 자의 상흔만이 아닐지 모르겠다.

죽음은 어쩌면 남겨진 자의 상흔만이 아닐지 모르겠다.

 

 

 죽음. 그것도 살 만큼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아직도 살아 갈 날이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다룬 영화는 많이 아프다. 눈물 콧물 찍어내며 죽은 아이의 빈 자리를 지켜야 하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상흔을 담는 게 일반적이다. <안녕, 헤이즐> 처럼. 그런데 <나와 얼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는 다르다. 죽음을, 그것도 고등학교의 하일라이트인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도 졸업 파티에 무얼 입을지도 고민을 해보지도 못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눈물 콧물은 커녕 엄숙해 진다. 많은 생각들, 특히 카메라 너머 보이는 앵글 속 레이첼(올리비아 쿡)과 그렉(토마스 만)의 심리적 상황들이 공감된다.

 

자존감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어 그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살아남기 위해 학교 전체를 자신만의 구역으로 나눠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소심쟁이 그렉에게 어느 날 엄마에게 특명이 떨어진다. 다름아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동네 친구 레이첼에게 가서 위로를 하라는. 그렉은 그동안 학교에서 살아남는 방편으로 써먹었던 썰렁한 말장난으로 레이첼에게 다가가고 점점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렉은 자기가 레이첼의 친구가 되면 될 수록 머리 칼이 빠지고 죽어가는 그녀를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마음 한편에 쌓는다. 여기에 그나마 단짝인 얼(RJ 사일러)과 틈틈이 찍은 45편의 자신들의 영화를 레이첼에게 보여주며 조금씩 셋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그렉과 레이첼의 그런 첫 만남의 장면 속 앵글은 방의 끝에 자리 잡은 서로의 서먹한 심리적 거리를 보여주면서 관객조차 그 어색함에 당황스럽다. 조금씩 조금씩 화면 속 그렉과 레이첼은 가까워 지고 이내 같이 누워도 되는 편안한 사이가 되지만 레이첼은 점점 죽어간다. 죽어가는 레이첼이 병을 이겨내도록 친구들은 위안 섞인 영상을 보내고 그렉과 얼이 찍은 비디오를 보여줘도 레이첼의 병은 차도가 없다. 그런 측은지심의 마음이 들 때쯤 그렉은 "레이첼은 죽지 않으니까 걱정마"라는 대사를 노골적으로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스포를 한다. 어쩌면 이런 그렉의 말에 속아 관객은 "그래! 슬프지만, 눈물이 나지만 참을 수 있어. 레이첼은 죽지 않으니까"라며 슬픔이 희석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레이첼이 머리를 빡빡 밀었다는 사실에도 울컥하지 않고 레이첼의 짜증에도 눈물을 견딜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그렉의 말과는 다르게 레이첼은 죽었으며, 담담하게 그렉은 받아들이고 대학을 진학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레이첼이 죽어가는 시간보다 레이첼이 죽은 이후 그녀를 좀 더 알게되는 시간 속에 레이첼이 죽지 않았음을, 기억되고 있음을,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었음을 알게 하는 멋진 영화다. 레이첼이 그렉에게 남긴 선물들을 보면서 사랑스러워졌다. 죽음을 가볍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 진지함은 잔뜩 담아 내고 있어 더욱 좋다. 그리고 사심을 좀 더하면 어릴 적 드류베리모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올리비아 쿡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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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

등록일
2016-05-04 09:07
조회수
63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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